울산 울주군 삼남면 작천정 앞 벚꽃길 모습

(울산=포커스뉴스) 백정훈 기자 = 울산지역의 최대 봄 잔치인 '작천정 벚꽃축제'가 관할 지자체의 대규모 투자 속에서 되레 이권 쟁탈의 무대로 변질되는 퇴행화 우려를 낳고 있다.

200억원을 투입해 벚꽃길 주변 광장을 조성한 관할 기초자치단체인 울주군은 지난 2017년부터 기존 '노점상' 중심에서 벗어난 새로운 축제 문화를 약속했지만, 억대의 보조금을 지원하며 특정 단체에 행사 주최를 맡겨 또다른 특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24일 울산 울주군 등에 따르면 올해 '제3회 작천정 벚꽃축제'의 공식 행사는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열린다. 주최 당사자는 울주군청이 아닌 '작천정 벚꽃축제 추진위원회'로, 공식 행사 이후에도 4월13일까지 먹거리 장터를 운영한다.

추진위원회는 지난해 행사를 주최했던 삼남면 발전협의회의 회장을 비롯해 자생단체 회원으로 일했던 지역주민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적 모임에 불과한 이들 13인이 올해 지역의 대표적 축제를 맡을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주최를 맡은 삼남면 발전협의회의 영향력 때문이다. 

울주군은 지난 2017년 작천정 벚꽃축제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면서, 직접 운영하는 대신에 지역주민들의 협의기구인 삼남면 발전협의회에 주최를 맡겼다. 당시 법인을 만들어 주민 주도의 명실상부한 지역축제로 발전시키려던 삼남면 발전협의회는 울주군으로부터 보조금 8000만원을 약속받았지만, 추진 과정에서 이를 포기했다. 행사 기획 등 축제를 운영할 노하우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주최 측을 찾아나선 울주군은 행사를 한 민영방송사에 맡겼다. 당시 주최사는 실질적으로 초청가수 등 무대행사만을 운영한 뒤 슬그머니 빠졌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대형 공터에 몽골텐트를 운영하던 이벤트 기획사가 나머지 행사를 사실상 떠맡아 봉사하는 돌발 상황이 연출됐다.

지난해 '제2회 축제'에서는 이같은 학습효과의 결과로, 삼남면 발전협의회가 주최를 맡았다. 보조금은 1억1000만원으로, 전년도보다 3000만원 증액됐다. 삼남면 발전협의회는 1회 중도 포기에도 2회 때 또다시 주최를 맡았지만, 축제 기획력 부족으로 실질적인 행사 운영을 기존 이벤트 기획사에 대부분 의존했다. 그러는 사이 벚꽃길 주변 대형 공터를 장악한 이벤트 기획사의 노점상 운영은 예년 그대로 재현됐다.

-지역주민 13인 '추진위' 구성해 주최 맡아, 공모절차 없이 3년째 특정단체에 보조금 

제3회를 맞은 올해 작천정 벚꽃축제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외형상으로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이지만, 속으로는 갖은 문제점으로 들끓고 있다.  

울주군은 3월들어 매년 되풀이 돼 오던 벚꽃길 인근 사유지의 노점상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하고 나섰다. '자연공원법'에 따라 수남지구 사유지에 세워지는 일체 무허가 상행위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는 현수막을 곳곳에 설치하는 한편 행사장을 지난해 새로 마련한 '다목적 광장'으로 엄격히 제한했다.

이같은 울주군의 강경한 입장으로, 종전 300개에 달하는 몽골텐트로 난립했던 수남지구 대형 공터는 축제를 닷새 앞둔 24일에도 지역 최대의 축제 현장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평상시와 같은 평온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먹거리장터가 들어서는 '다목적 광장'안 행사장에서는 치열한 자리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축제추진위는 행사장에 190개 가량 몽골텐트를 세워 비영리단체에 수십개씩 나눠주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고객들의 주요 동선에 위치하기 위한 입점 상인끼리 불협화음과 함께 특정인에 대한 장소 특혜 등 갖가지 악성 루머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축제추진위원회는 몽골텐트 1개동에 30만원 가량 받은 뒤 쓰레기처리비 등 비용을 정산한 뒤 행사 이후 남은 금액을 되돌려주겠다는 입장이지만, 전문성이나 공익성을 담보하지 못한 행사 주최측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다.

축제추진위는 행사기획과 보안 업무 등을 전문업체에 맡긴 뒤 보조금의 일부만 챙기는 셈이어서, 지방보조금 예산 지원에 대한 편법 논란도 예상된다. 지방재정법 32조의2(지방보조금 예산의 편성 등) 4항에는 '지방보조금은 공모절차에 따른 신청자를 대상으로 지방보조금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교부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울주군 관계자는 "지방재정법 같은 4항 단서에 '그 신청자가 수행하지 아니하고는 해당 사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공모절차 없이 주최자를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행사 전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나가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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