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출신의 파이터 이은정(26, 팀피니쉬)이 자신에게 25초 패배를 안긴 박지수(20, 로드짐 군산)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은정은 지난 23일 잠실 롯데월드 핫식스 아프리카 콜로세움에서 열린 ARC 001에서 백현주를 판정승으로 제압, ROAD FC 첫 승을 달성했다.

이은정은 은행원을 다니다가 격투기 선수가 된 파이터다. 다이어트를 위해 시작한 운동에 빠져 은행까지 그만두고 격투기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3년간 훈련을 거듭해 성장한 뒤 아마추어리그인 ROAD FC 센트럴리그를 거쳐 ROAD FC와 정식 계약을 체결, 프로 선수가 됐다.

프로 무대는 혹독했다. 지난해 11월 ROAD FC 데뷔전에서 이은정은 박지수에게 25초 만에 패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데뷔전을 치르는 신인에게 당한 패배라 더욱 뼈아팠다. 더구나 25초 패배는 ROAD FC 여성 파이터 경기 역대 최단 시간 패배였다.

(사진제공/ROAD FC)

한동안 이은정은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날이다. 2019년 11월 9일은 내 데뷔전이었다. ROAD FC 정식 케이지에 올라가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24초 만에 3년이라는 시간이 무너져서 한이었다”

데뷔전에서 이은정은 아마추어 대회보다 큰 케이지로 인해 시야 확보를 위해 렌즈를 착용하고 프로 무대에 올랐다. 이것이 화근이었다. 경기 도중 펀치에 맞아 렌즈가 눈에서 빠졌고,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다. 당황한 이은정은 박지수의 공격에 그대로 무너져 25초 TKO 패를 기록했다.

이은정은 “데뷔전을 하기 위해 40일을 피, 땀 흘리고 눈물도 흘리면서 준비했다. 정식 케이지가 넓어서 렌즈를 착용하고 케이지에 올랐다. 솔직히 말하면 펀치가 아픈 건 아니었다. 오픈핑거 글러브로 맞으면서 렌즈가 빠져서 당황하며 뒤로 빠지다가 바디킥을 맞고 TKO 됐다. 렌즈 낀 그 날이 한이 됐다. 렌즈 때문에 감독님한테도 많이 혼났다. 이번에는 그런 일이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 이은정은 ROAD FC와 아프리카TV가 공동 개최한 ARC 001 대회에 출전, 백현주를 꺾고 간절했던 1승을 챙겼다.

이은정은 “다친 곳은 없다. 첫승이니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고, 믿기지 않는다. 지기만 하다가 이겼으니 더 뜻깊은 승리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다. 죽기 살기로 열심히 준비했다. 그래서 더 눈물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첫 승에 가족들도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셨다. 경기 끝나고 가족들도 전화해서 고맙다고 하셨다. 고생하신 박준오 감독님께도 감사드린다. 시합장에서 돌아오면 항상 안 좋으셨는데, 감독님 얼굴에서 웃음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훈련 파트너들과 체육관 모든 식구들에게 감사하다.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다. 팀 피니쉬는 이기도록 경기를 준비한다. 팀보다 강한 선수는 없다. 지금까지 시합 나간 것 중에 제일 행복했던 날이다. 동생들, 배동현 선수, 나까지 전승을 해서 ARC 첫 번째 대회가 가장 행복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 경기에서 승리했지만, 이은정은 경기력에 대해 100% 만족하지 않는다. 원하는 만큼의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1, 2라운드 경기를 하면서 훈련을 열심히 한 만큼. 최선을 다하고 내려오자는 마음이었는데, 손을 다쳐서 경기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은정의 말이다.

그래도 승리하며 이은정은 바라던 첫 승을 얻었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게 됐다. 바로 박지수와의 재대결이다. 이은정은 자신의 SNS에 박지수와의 재대결을 바란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이은정은 “백현주 선수에게 승리가 했을 때 말을 하고 싶었다. 한을 풀고 싶다. 다시 박지수 선수와 매치를 잡아주셨으면 한다. 비록 백현주 선수와 판정은 나왔지만, 다시 한번 박지수 선수와 매치를 잡아주면 그땐 판정은 없다. 박지수 선수가 매치를 수락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은정은 은행원으로 복직할 예정이다. 빠르면 6월, 늦어도 7월에는 다시 은행원이 될 전망이다.

“은행원에서 파이터로, 이제는 은행원 파이터가 된다. 지금 준비 중이다. 빠르면 6월이고, 늦으면 7월이 될 거 같다. 데뷔전 이후로 슬럼프도 오고 코로나도 터졌다. 그러고 나서 한동안은 마음고생이 심했다. 경제적으로 힘들어지고, 은행원으로 복귀하면 시합을 편하게 뛸 수 있지 않나 해서 다시 복귀하려고 한다”

한편 ROAD FC는 일본 도쿄를 시작으로 중국 북경, 상해 등과 최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격투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 동남아시아 진출 선언을 한 글로벌 종합격투기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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