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대한축구협회

‘살아있는 전설’ 이동국(41, 전북현대)이 남자 U-16 대표팀 선수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건넸다.

송경섭 감독이 이끄는 U-16 대표팀은 22일부터 26일까지 파주 NFC에서 2020 AFC U-16 챔피언십 대비 소집훈련을 진행 중이다. 공교롭게도 파주 NFC에서는 15일부터 24일까지 AFC A급 지도자 강습회가 진행됐는데, 이동국도 여기에 참가했다.

일정이 맞아떨어졌다. A급 지도자 강습회가 24일 오전에 종료됐고, U-16 대표팀도 폭우로 인해 24일 오후 연습경기가 취소되면서 자연스럽게 접점이 생겼다. ‘선수들의 동기부여 향상에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해 달라’는 송경섭 감독의 요청을 받은 이동국은 파주를 떠나기 전 U-16 대표팀을 찾아와 유쾌한 인사를 건넸다.

사전에 계획된 일정이 아니었음에도 이동국은 성의를 다해 U-16 대표팀 선수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모두 이야기하면서 미래의 축구 유망주들이 꿈을 잃지 말기를 응원했다.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는 수업에 들어가면 주로 자거나, 아니면 사인 연습을 했다. 훗날 프로에 가면 내 사인을 누가 받을지 참 궁금했다. 사인을 하면서 계속 미래를 상상했다. 3~4년 뒤에는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유명한 선수가 될 거라 다짐했고, 결국 그 자리까지 올라갔다.”

2006년 독일월드컵 두 달 전 십자인대 파열로 낙마한 안타까운 기억도 담담하게 풀어냈다. 당시를 돌아보면 선수생활의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사건이었지만, 이동국은 오히려 그 때의 부상이 자신에게 있어 전환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을 2개월 앞두고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런 큰 부상이 닥치면 일반적으로 선수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워한다. 본인이 잘 나가든 못 나가든 상관없이 (이런 상황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 나는 이 때 부상을 당하고 나서 ‘대회에 나가서 1년짜리 부상을 안 당한 게 다행이다. 6개월짜리 부상이라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이게 바로 생각의 차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자신도 모르게 발전할 수 있다.”

이동국은 U-16 대표팀 선수들에게 먼 미래 대신 현재,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최선을 다해야 미래가 행복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나도 이렇게 선수 생활을 길게 할 줄은 몰랐다. 프로 생활을 시작하면서 먼 미래를 보는 것보다 바로 다음 경기만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이 자리까지 왔다. ‘미래에 내가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바로 다음 경기를 잘 치러야지’라는 생각만 하다 보면 어느새 프로도 가고, 오래 축구할 수 있을 것이다.”

AFC U-16 챔피언십이라는 중요한 대회를 앞둔 송경섭호에게 이 날 이동국의 조언은 짧지만 깊은 울림으로 남았다. “나는 여러분들의 나이에 대표팀 경험을 하지 못했다. U-19 대표팀에서 처음 대표팀 경험을 하고 돌아오니 실력이 쑥쑥 느는 게 느껴졌다. 여러분들에게는 월드컵을 향한 꿈이 있을 것이다. 그 이상의 꿈도 있을 것이다. ‘이 다음에 손흥민처럼 훌륭한 선수가 되어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지금 당장 무엇을 할지, 내일은 무엇을 할지만 생각해라. 그러면 언젠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박수 받을 수 있는 자리까지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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