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유나이티드의 간판공격수 주민규(30)가 2020시즌 강렬한 마침표를 준비하고 있다. 

주민규는 지난해 K리그1 준우승팀 울산현대에서 떠나 제주 유니폼을 입었다. 주민규는 로테이션 플레이어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경기 출전을 위해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선택했다. 제주는 검증된 공격 카드를 품에 안았다. 주민규는 2015시즌 K리그2 무대에서 23골을 터트렸다. K리그2 사상 국내 선수 최다 득점 기록이다.

많은 기대 속에 이번 시즌 주민규가 남긴 발자취는 18경기 출전에 8골 2도움. 얼핏 보면 그의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지만 말그대로 짧지만 강렬했다. 예상치 못한 티눈 제거 수술 여파와 근육 부상 공백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누구보다 '영양가'는 높았다. 

올 시즌 주민규가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8경기에서 제주는 5승 2무 1패의 호성적을 거뒀다. 주민규가 득점하고 패한 경기는 5월 23일 대전전(2-3 패)가 유일하다. 특히 8월 29일 안양전부터 9월 19일 부천전까지 무려 4경기 연속골을 터트리는 기염을 토했다. 승리의 초대장인 도움도 2개나 기록했다.

경기 MVP는 4차례로 팀내 1위이며, BEST11 선정도 6회로 안현범(7회)에 이어 팀내 2위다.  팀내 공격포인트는 공민현(9골 3도움)에 이어 2위다. 특히 프로 8년차 만에 공격포인트 100개 고지까지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78골 25도움 총 103개) 자칫 무너질 뻔했던 주민규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바로 남기일 감독의 굳건한 믿음이었다. 

상태가 좋지 않은데 억지로 컨디션을 끌어올리려 하면 할수록 금방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남기일 감독은 주민규가 정상 궤도에 오를 때까지 충분한 재활 시간을 줬고, 주민규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부상 복귀때마다 정상 컨디션을 회복했던 주민규는 매번 다시 무섭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주민규 골 세리머니 모습(사진제공/제주유나이티드)

주민규는 "부담이 컸던 시즌이었다. 남기일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가 묵묵히 기다려줬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주셨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장에서 모든 걸 쏟아부을 수 있었고 K리그2 정상까지 도달했다. 이러한 마음가짐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남다른 친화력은 제주가 원팀으로 뭉칠 수 있었던 숨은 원동력이었다. 주민규는 이적생임에도 제주 생활에 빠르게 적응했고, 동료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팀내에서 주민규는 '밥 잘 사주는 형'으로 통할 정도. 최근 우승 축하연에서도 '밥 잘 사주는 착한 선수상'에 뽑힌 주민규는 "다음 시즌에도 더 많이 밥을 쏘겠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를 지켜본 제주의 맏형이자 대신고 선배인 정조국은 "정말 나빼고 밥을 다 사준 것 같다.(웃음) 올 시즌 (주)민규가 그라운드뿐만 아니라 팀 생활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연계 플레이가 좋은 선수인데 모두 지칠 때마다 민규가 선후배를 사이에서 가교 역할도 잘해줬다"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주민규의 2020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나원큐 K리그2 대상 시상식에서 BEST11 공격수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안병준, 마사(이상 수원), 레안드로, 수쿠타 파수(이상 서울이랜드), 안드레(대전), 아코스티(안양), 황일수(경남)과 각축을 벌이고 있다. 보이지 않는 팀공헌도까지 감안한다면 그의 활약은 단연 리그 최고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나 혼자 만의 결과물이 아니다"라고 운을 뗀 주민규는 "어떤 선수가 나가도 제주를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뛰었다. 다른 선수들에게 미안하지 않게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 시너지로 이어졌다. 그게 터닝 포인트였다. 만약 수상한다고 해도 그것은 주민규 혼자가 아닌 '원팀' 제주가 함께 이뤄낸 결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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