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곽상득 GK코치
상주 곽상득 GK코치

신 스틸러.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연 못지않은 조연 연기자를 뜻하는 말이다. 한 편의 영화 같았던 2020 상주상무에도 신 스틸러가 존재한다. 선수도, 감독도 아닌 코칭·지원 스태프이다.

스포트라이트 밖에 있지만 이들이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해냈기에 상주의 역대 최고 성적 경신까지 가능했다. 그라운드 안팎의 빛과 소금 같았던 상주의 스태프들을 차례대로 만나보자.

올 시즌 상주는 13승 5무 9패의 기록으로 역대 최고 성적 4위를 달성하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더욱이 상주는 승리한 13경기 중 11경기에서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20R 성남전(0:0)까지 합치면 올 시즌 상주의 무실점 경기 수는 12경기에 달한다. 우승팀 전북, 준 우승팀 울산보다도 앞서며 무실점 경기 수 1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주의 괄목할만한 성적을 만든 조력자는 7년째 상주와 함께하는 곽상득 GK코치.

1991년부터 일찍이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곽 코치는 올해로 지도자 경력 30년 차를 맞았다. 차근차근 초, 중, 고, 대, 실업팀에서 경력을 쌓은 곽 코치는 2014년 상주에서 프로 골키퍼 코치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가 7년째 프로에서 GK코치로 활약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성실한 연구와 준비가 있었다. 지도자 생활과 함께 곽 코치는 한국골키퍼연구소 수석연구원 직을 역임하며 기본 소양을 갈고 닦았다. 당시 연구소를 거쳤던 구성윤(대구), 최영은(대구), 윤보상(제주), 윤평국(광주) 등 많은 선수들이 지금은 프로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만큼 성장했다.

곽상득 코치는 “AFC 골키퍼 코칭 강사로 활동하고 계신 박영수 선생님이 당시 골키퍼연구소를 해보자고 하셔서 연구를 통해 선수들을 가르치기 위해 시작하게 됐다. 수석연구원으로서 연구를 하면서 스스로도 많이 배웠다”고 전했다.

□ 곽상득의 ‘심리’ 교실 거친 선수들, 국가대표 선발!

1988년 챔프통상 실업축구단에서 짧은 선수 생활을 마치고 곽 코치는 2002년 성남 U-12 코치, 동북중·고를 거쳐 골키퍼연구소 수석 연구원으로 합류했다. 당시, 골키퍼 포지션에 대한 자료가 전무한 상황이었기에 곽 코치는 연구소를 통해 후진 양성에 힘썼다. 특히 2002, 2006 월드컵 골키퍼들의 장면을 분석하고 이론과 실전을 접목해 선수들을 가르쳤다. 골키퍼인 만큼 페널티 킥 선방 지도에도 집중했다. PK 선방 신으로 불리는 윤보상 또한 연구소 시절 곽 코치가 키운 제자다.

곽 코치는 “경험과 분석을 토대로 페널티 킥 키커의 선수 습관, 자세 등을 분석하고 패턴을 찾아냈다. 과거에는 패턴이 거의 통했지만 요즘은 변칙적 요소들이 너무 많다. 키커들이 분석 사실을 알고 자신의 모습을 숨기기 때문. 요즘은 심리적 요소까지 고려해 선수들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곽 코치는 멘탈 트레이닝에 집중해 선수들을 지도 중이다. 지도자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곽 코치가 꾸준히 강조했던 것이 ‘심리’이기 때문이다. 지도자 생활 또한 선수들의 심리훈련을 통한 발전을 목표로 잡고 시작했다.

곽 코치는 “선수들의 심리 파악 및 훈련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선수들을 발전적 방향으로 지도하고 싶었다. 구성윤을 비롯해 김선우(안산), 강정묵(이랜드), 윤보상, 윤평국, 제종현(천안시축구단) 등 모두 심리 훈련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곽 코치가 기억에 남는 제자는 여럿 있지만 그 중에서도 송범근(전북), 윤영글(경주한수원), 전하늘(수원시설관리공단)은 더욱 특별하다. 지도한 시기는 모두 달랐지만 태극 마크까지 달았기 때문. 특히 송범근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가르쳤기에 제자의 성공은 곽 코치에게도 크나큰 업적이자 보람이었다.

곽 코치는 “(송)범근이는 초등학생 때부터 인재의 가능성을 엿봤다. 때문에 당장의 성과를 내는 것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지도했다. 부모님께 기다려달라고 말씀 드리고 체력, 밸런스 등 기초적인 것들에 집중했을 정도. 초등학생 범근이가 지금 어엿한 국가대표로 뛰는 것을 보면 뿌듯 그 자체다”고 전했다.

덧붙여 “윤영글, 전하늘은 수원시설관리공단 팀에 있을 때 지도했던 선수들이다. 당시에 반드시 태극마크를 달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실제로 두 선수 모두 여자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자랑스럽고 대견하다”고 밝혔다.

□ 상주에서만 7시즌 완주, 이제는 김천이다!

차곡차곡 경력을 쌓아온 곽 코치는 수원 시설관리공단 축구단을 떠난 후 상주 GK코치 모집 공고에 지원해 2014년 상주에 합류했다. 7년을 상주에만 있었기에 곽 코치에게 상주는 집과도 같은 존재다. 곽 코치는 “매 년 선수들이 바뀌고 새로운 선수들을 가르친다. 보람도 있고 함께 성장하는 기분이다. 옛 제자들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특히 선수들의 발전 과정을 보는 것은 지도자 생활을 계속 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특수 포지션인 골키퍼 선수들의 발전을 위해 곽 코치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생각한다. 지도자 생활의 궁극적 목적 또한 ‘선수들이 기존의 모습보다 발전하는 것’ 이다. 곽 코치는 “항상 선수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그 과정에서 찾은 해답은 멘탈. 생각이 빨라져야 반응, 스피드, 순발력 등 신체적 부분도 빨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심리적 부분을 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철학 덕분일까. 상주를 거친 윤평국, 제종현, 최필수(부산), 권태안(목포시청), 윤보상 등 내로라하는 골키퍼들이 배출됐다. 올 시즌 역시 황병근, 이창근, 최철원, 박지민까지. 네 명의 골키퍼들과 함께 행복한 축구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창근은 상주 소속으로 생애 첫 국가대표로 선발되며 곽 코치에게 무한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곽 코치는 “(이)창근이는 원래부터 국가대표 감이다. 자신의 기량을 이제서야 인정받았을 뿐”이라고 극찬했다.

선수들과 행복축구를 구사한 곽 코치는 코칭스태프 사이에서도 가교 역할을 자처한다. 김태완 감독 다음으로 상주에서 장기간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어 코칭스태프의 상주 적응을 자발적으로 도왔다. 곽 코치는 “항상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스태프들이 똘똘 뭉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고 설명했다.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친 2020년, 결과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상무는 K리그2로 강등이 확정된 악조건 속에서도 역대 최고 성적을 발휘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위닝 멘탈리티를 강조한 곽 코치 답게 “올 시즌 충분히 잘했지만 더 높은 성적을 바라봐야 한다”며 “2021 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목표를 높게 잡아야 근처라도 간다. 항상 정상이 목표”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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