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끌려다니지 말고 ‘윈-윈’ 할 수 있는 부분 만들어야”
“미국에 끌려다니지 말고 ‘윈-윈’ 할 수 있는 부분 만들어야”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7.07.2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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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 계속 유효하다고 보는가.

▲ 전임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중에 추진한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는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당시에는 북한의 핵 개발 기술수준이 미약했던 시기였다. 그런 연유로 미국은 대화를 거의 하지 않았고 방치했다. 지금처럼 북한과의 관계가 최악인 것도 모두 미국의 어긋난 대북정책 때문이다. 아직도 ‘조건’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북한의 입장이 맞아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조건 없는 대화’를 선언한다면 오히려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한·미 간에 가벼운 마찰음은 있겠지만, 한국은 얼마든지 미국에 할 얘기가 많아진다. 결론적으로 미국이 실패했다면, 한국이 나서서 새로운 대화조건들을 만들어내면 된다. 미국은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북한과 대화를 하는데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불필요한 교역과 전략물자를 갖다 주는 일도 아니다. 북한과 대화의 창이 열리게 되면, 미국과 달리 중국과 러시아는 지지하는 입장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이런 구조에서 대화의 가닥을 잡지 못했다. 근처도 가지 못하고 있다. 민족적 차원에서 북한에 요구할 것은 당당히 요구하자는 제안까지도 안 먹혀 들어가는 현실이 답답하다.

 

- 북·미 평화협정 어려운 이유, 무엇이라고 보나.

▲ 과거에도 미국은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려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에서 맥이 끊겼다. 그 후 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지고 사드가 배치되면서 동북아의 불안을 가중시켜왔다. 그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북한 핵 폐기가 선행되어야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입장을 이번 G20 신베를린선언에서 천명했다. 이런 측면에서 클래퍼가 말한 북·미 평화협정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는 평화협정 체결이 북 핵동결 초등단계에서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동결’과 ‘폐기’는 큰 차이가 있다. 우리 내부부터 평화협정에 대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교착상태 속의 악순환은 반복될 것이다.

 

- 일부에선 한국의 핵무장을 주장하기도 하는데.

▲ 그렇게 되면 북한과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미국과의 문제도 있지만 국제사회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게 자명하다. 이미 한국은 미국과 강한 군사동맹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은 북한보다 핵무기를 수백, 수천 배 보유한 군사력 초강국이다. 굳이 한국이 핵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핵무장은 우리가 하겠다고 해서 하루 이틀 만에 되는 일도 아니다. 설령 핵 실험을 하려고 해도 좁은 국토 안에서는 할 곳이 없다.

 

- 꽉 막힌 북핵 문제,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보나.

▲ 먼저 북핵 문제와 관련 기대치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이 문제는 대단히 어렵고 많은 시간을 요하는 일이다. 현 정부 집권 기간 안에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북 핵동결이나 미사일 문제 등에 있어서 보다 현실적인 복안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실패의 원인을 한국정부가 면밀하게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이전에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 이를 통해 미국과의 대화에서 그런 부분들을 다시 재고할 수 있도록 가시적인 원인을 제공했어야 했다. ‘북 핵실험은 끝났다’는 임기 초 트럼프의 정책적 오판도 그런 맥락이다. 북핵문제에 대한 인식을 달리할 수 있게 하는 혁신적 대안이 필요하다. 사드 문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안전이다. 그것이 국익이고 민생이다. 미국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미국에 이끌려 다니기보다 주체성을 갖고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 중국과도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 얼마 전 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베를린 정상회담을 했지만, 껄끄러운 양국관계만 확인했을 뿐이다. 보통 외교 관례상 첫 번째 정상회담이라면 시진핑 주석이 문 대통령에게 적절한 시기에 중국을 방문해달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초청의 말이 없었다. 그만큼 한·중 관계가 어렵다는 반증이다. 사드문제만 해도 문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한국의 주권상황이니 이를 존중해 달라’면서 유보적인 입장을 전했다. 사드가 중국의 안보주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지도 문제다. 중국은 그런 소지가 있다는 주장을 펴면서 핵심관료들이 이에 동조하고 있다. 한국은 그런 문제를 해소할 해법이 없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와 대화를 통해 중국의 뜻을 전해줄 것을 바랬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절차적인 과정에서 사드배치로 가고 있는 것과 관련 중국은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도 미국에 끌려 다닌다는 평가를 내렸다.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풀 수는 없다. 하지만, 사드배치 문제를 떠나 한국과 중국이 신중하게 논리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지적인 역량과 용기 등을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한국 안보, 미국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것 아닌가.

▲ 정부의 군사안보적 대응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미군은 연례행사처럼 한반도에서 군사훈련을 대규모로 벌이고 있다. 해병대 상륙작전과 폭격기 훈련을 통해서 가상의 적인 북한을 제압하고, 나아가 일본과 협력해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훈련을 태평양 상에서 하면서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리적으로는 북한을 핑계로 군사훈련 수준을 높이는 가운데 그 훈련비용도 한국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은 전투능력이 첨단화, 정예화 된 군대 유지에 집중하고 있다. 어떤 다른 나라에서도 이렇게 하는 곳이 없다. 심지어 ‘한·미 군사훈련은 신무기 박람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미국은 새로운 무기를 선보이면서 무기 구매를 은근히 부추기는 꼴이다. 한국의 안보를 담보로 무기장사를 하면서 향후 동북아의 패권을 쥐겠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 잠깐 다른 얘기를 해보자. 참 낯 뜨거운 얘긴데 태극기 집회를 하던 일부 보수단체들이 성조기를 같이 들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 합리적이고 객관적 인식이 강한 미국 측에서도 아무래도 그들을 매우 희한하게 볼 것이다. 미국인들은 박근혜 탄핵반대 집회에서 친미세력들이 들고 나온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도 엄연히 자주적인 국가의 가두시위에서 타국 국기를 떠받치며 행진한 것을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물론 미국은 우리에게 중요한 맹방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친 안보의탁 태도도 적절한 행동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싶다. 그들은 전임 미국대사가 얼굴을 난자당했던 사건 때도 유사한 행동을 했다. 석고대죄 한다면서 큰 절을 하는가 하면, 전통한복 차림에 춤을 추며 미국의 심기를 달래려는 행보를 보였다.

 

- 지난 번 한·미 정상회담, 외교적 성과가 있었다고 보는가.

▲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 기대도 많았고 우려도 많았다. 그러나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후한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본질적으로 한·미 관계가 대북정책과 관련해 하루아침에 획기적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데 어려운 면이 많다. 그렇다 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환점을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이러한 성과를 찾아 볼 수 없어 아쉽다. 물론 이제 2개월을 넘긴 신생 정부이지만, ‘촛불’에 의해 탄생한 ‘혁명정부’라는 점에서 그렇다.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당시 공약한 사항을 국민들은 알고 있다. 아무튼 정권이 교체됐고 앞으로 무엇인가 일정부분 바뀔 것이라는 자연스런 기대감도 크다. 하지만 정상회담에선 한·미 간의 이견 최소화와 한·미 군사동맹 강화 쪽으로만 너무 많이 쏠렸다고 본다. 여전히 한반도의 안보문제를 풀어낼 모범답안은 없었다.

 

- 북한의 ICBM 발사 의도가 뭐라고 보는가.

▲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지 4일 만에 발사를 강행했다. 핵 억제능력을 대내외적으로 더 강화하겠다는 의미일 수 있다. 알래스카를 넘어 미국 본토 서부지역까지 타격 가능성이 높아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김정은의 ‘마이웨이’(My Way) 행보를 과시하려는 측면도 있다. 북한이 보기에 한·미 정상회담에서 기대할 것이 별로 없었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 같다. 정상회담과 관련해 언론의 다양한 평가가 나왔지만 정작 내용을 들여다보면 건질게 없다. 이미 실패한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와 유사한 대북정책을 되풀이했다는 점이다. 북핵 확장 억제를 위한 북·미 회담 강화라든지, 대화의 문을 열 경우 합당한 대화조건 등을 그대로 답습했다. 이것이 한·미 회담의 의제였다.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드러난 대북정책에 대해 시큰둥한 표정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해온대로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주었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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