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밤벌레 소리, 아∼가을이 오는 구나!
기분 좋은 밤벌레 소리, 아∼가을이 오는 구나!
  • 임미숙 기자
  • 승인 2017.08.27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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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임미숙의 즐거운 나의 시골생활 이야기

경북 김천시 구성면 월계리. 속명 ‘골마’라는 곳에서, 전원생활에 푹 빠져 사는 나. 시골댁~~. 언덕위에 위치한 농가의 해발높이가 300m이니 마을지대가 꽤나 높은 편이다. 필자가 사는 농가에 가기 위해서는, 김천에서 25km정도를 거창 쪽으로 가다가, 충북 영동 쪽으로 조금 들어가다 보면 맑은 냇가를 만난다. 올갱이가 살고 있는, 아직은 오염되지 않은 청정 개울을 건너 산중턱으로 오르다 보면 빨간 지붕이 보인다. 1987년도에 대구에서 이곳 월계리로 이사 온 울 아버지. 지금처럼 귀농개념도 없었던 시기에, 젖소 목장을 하시겠다고 들어온 이곳.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는 외로운 삶을 사시다 가신 이곳. 그 당시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정말 척박했다. 김천서 버스를 1시간은 타야 도착하고, 버스길도 비포장이던 그 시절, 그때 마련되어진 이곳 월계리 집. 2009년 아버님의 장례를 치르며 결심했어, 지금 내려가는 거야. 그때는 경기도 일산에 살고 있던 터라 나름 고민 끝에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해 결정하게 되었다. 2010년 10월, 내 나이 50 초반에 물 맑고 공기 좋고, 산세 좋은 월계리로 내려왔고 전통된장을 만들며('장만나는 커피향 항아리’: http://mee5912.blog.me) 하루하루 바쁜 농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가끔씩, 어느 날 문득, 내가 어디쯤 와있나? 생각이 든다. 사는 게 뭐이래? 내 삶의 의미는 뭐지? 뭐 이런 딱히 정답이 없는 그런 막연한 생각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 머릿속과 마음을 흔들어 대는 그런 날이 있다.

하지만 나이가 주는 현명함은 그런 막연함에 끌려가지 않게 한다. 인생 그런 거라고, 지금만큼만 산다면 괜찮은 거라고…. 우울모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 많은 숫자의 나이에게 감사하다.

계절을 앓는다. 특히나 가을로 접어들 이때 즈음이면 더욱 심하다. 아직은 한낮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결에 슬그머니 계절앓이를 시작하려한다. 즐기자~ 모든 것은 마음먹기 달렸다잖여~.

지인들이 말하길 서울은 연신 폭우란다. 경주, 울산, 포항 쪽으로는 비가 너무 안와서 걱정이다. 김천은 다행히 흡족한 비로 채소들도 왕성하게 자라고, 잡초 또한 왕성하다. ‘잡초 자라듯 자란다’라는 말이 100프로 실감난다.

마당엔 여름 꽃인 채송화가 군데군데 몰려 피어있고, 뚜루네서 뿌리째 캐온 범의꼬리가 한창 마당을 가득 채운다. 계절 지난 개나리는 가지가 길가로 뻗어 나와 차 지나갈 때마다 시야를 방해하지만 아직도 가지치기를 못하고 있다.

휴가 때 내려와서 잔디도 깎는 등 예초작업을 하고 간 동생. 이제는 어찌나 잘하는지.ㅎㅎ 튕겨져 나오는 돌에 맞아서 다리에 피멍이 들곤 하지만, 작업 시간이 점점 단축되는 것을 보니 분명 선수가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한 달 남짓 남은 추석, 그전에 한 번 더 예초작업을 해야 할 듯하다.

 

 

한낮의 매미 울음소리가 더 요란해진 듯. 내 귀에는 그리 들린다. 조만간 삶을 마감할 수밖에 없는 운명. 저리 요란하게 울어대는 건, 마지막 남은 생명을 불태우려는 게 아닐까.

9월에 있을 큰 행사 준비로 머릿속도 몸도 바쁘다. 경북도 여성생활개선회 도대회가 김천에서 열린다. 음식연구회에서는 귀빈들의 다과를 준비하기로 했다. 각 파트별로 김천생활개선회 임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적게는 3000명에서 많게는 5000명까지 모이는 행사이다 보니 주최 측에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김천농업기술센터의 담당 권계장님, 농업기술센터 소장님과 담당계장님, 회의에 회의를 거듭했다. 현장에서 선장으로 뛰는 권명희 계장님, 그리고 김천생활개선회 임원님들 모두 수고가 많으셨다. 한쪽 파트를 맡게 된 나 역시….

대체 언제 한가로워지냐고? 글쎄다. 책임을 맡게 되면 최선을 다해야 하거늘…. 9월 또한 바쁜 달이 되려나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마녀들과 연화지에 갔다. 아직도 풍성하게 피워낸 연꽃들의 잔치가 한창인 김천 연화지! 상상해보시라, 비가 보슬거리는 촉촉한 연화지 둘레길을 걷는 여인네들. 연꽃을 보며 걷다보니 마음도 차분해진다. 연잎에 고인 물방울도 예쁘고, 비 내리는 연화지 풍경은 내 마음의 모든 시름을 싹 사라지게 한다. 마녀들의 즐거운 웃음소리. 이렇게 연꽃이 한창인데 못 볼 뻔했다면서….

창 넓은 찻집. 연화지 연못이 오롯이 내다보이는 전망 끝내주는 창가에 앉았다. 난 늘 마시는 샷이 추가된 진한 카페라떼 한잔으로 기분을 더 띄운다.

김천연화지 찻집 몇 군데는 서비스로 아메리카노를 주기도 한다. 향 좋은 커피를 서비스로 주니, 연화지에만 오면 커피 욕심을 부리게 된다.

창 너머 연꽃 감상 하느라 산골 아짐들의 수다가 잠시 멎는다. 잔잔한 연화지 앞에서는 모두 잠시 쉬어가는 시간.

연화지는 벚꽃 축제로 먼저 접했더랬다. 귀농 후 2년 정도 지난 후에 알게 됐다. 김천에서 제일 예쁜 곳이라고 블로그에 몇 번씩 포스팅하기도 했다. 지방마다 벚꽃군락지도 많고, 연꽃 핀 연못들도 많겠지만, 가까운 곳에 있는 김천 연화지가 아마도 내가 가장 애정 하는 곳이 되리라.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김천 주민들의 휴식처가 돼주는 참 예쁜 곳이다.

 

 

음식연구회 수업이 있는 날. 예상과 달리 많은 회원들이 참석해줘 감사했다. 어떤 회원은 “수업 받는 핑계로 농장 탈출! 하루 쉬는 것이여~”란다. 8월의 김천은 포도를 한창 출하하는 시기라 포도농가가 엄청 바쁘다. 뜨거운 하우스 안 포도송이와의 씨름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 소중한 휴식일 테다. 수업은 고추장물을 이용한 각종 쌈밥과 김천지례흑돼지를 이용한 소시지 만들기. 실습 후 시식거리도 풍성하여 회원 모두 입도 즐거웠단다. 몇 시간 수업을 받은 회원들, 또 다시 열심히 일하는 농부로 돌아갈 것이다.

요즘 농촌을 보면 한 가지 농사만 짓는 경우는 드물다. 복합영농이라 한다. 그러니 요즘 농촌은 농한기가 따로 없다. 물론 남편이 힘든 일을 맡아서 한다지만, 아내들이 해내야 하는 몫 또한 참으로 많다. 주변 농촌의 아낙들은 무릎에 훈장처럼 수술 흉터를 갖고 있다. 그 덕분에 다들 몇 십 년 농촌을 지켜 나름의 자리를 잡고 조금씩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편이다.

전통재래된장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난 아직까지도 어렵기만 하다. 된장으로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도 힘들고 판로 개척 또한 숙제다. 수요는 줄고 있다는데 귀농하는 사람들이 손쉽게 창업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된장이란다. 나처럼 된장을 애정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까?

전통된장의 우수성을 매스컴에서 많이 다루어줬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메주 만드는 철에나 잠깐 나올까말까 한다. 우리 우수 먹거리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신토불이를 외쳐본다.

더운 여름에 청국장을 만들어보니 연료비가 많이 절감된다. 겨울과 다르게 보일러를 살짝만 돌려도 온도가 올라가니 기름 절약.

 

 

이번에 만든 청국장은 알알이 뽀얗게 균을 뒤집어쓴 모양이 완벽할 정도로 잘 띄워진 청국장이 되었다. 주걱으로 바실러스균의 끈적임을 확인하는 놀이를 한참 했다. 아직도 청국장의 끈적임을 확인하는 놀이는 재미나다. 사진도 동영상도 찍어가며 청국장의 묘한 매력을 한껏 즐긴다. 200그램씩 포장을 끝내면 어휴~ 소리가 절로 나온다. 어찌나 손길이 많이 가는지, 청국장 포장은 정말 수작업의 끝판 왕이다.

요즘은 외출 시, 차돌군에게 인사를 해드리고 간다. 이 녀석이 요즘은 내가 외출을 해도 영 관심을 안준다. 아니, 어쩌면 일부러 그러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예 자기 집안에 틀어박혀서는 차 소리가 나도 내다보지 않는다. 마치 삐친 사람 모양새로 외롭게 혼자 두고 또 어딜 가냐는 저 간절한 눈빛…. 그 눈빛도 소심한 반항의 몸짓도 난 알 수 있다. 줄로 묶어놓은 채 자주 외출을 하다 보니 정말로 개 눈치를 보게 되더라는….

둥이라도 있을 때는 둘이 노는 시간도 있어 위로가 되었는데,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둥이는 차돌이와 나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내 다시는 고양이는 키우지 않으리라. 한낮의 땡볕을 피해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혀 빼물고 헉헉대는 차돌군을 보면서 얼른 시원한 가을이 오기를 바래본다.

한낮엔 움직이지 말자. 그냥 밖을 내다보며 베짱이 놀이 하련다. 이제 곧 좋은 계절 가을이 오고 있으니, 버선발 아니 맨발로 나가 맞을 가을을 맞이하련다. 요즘 밤벌레 소리 덕분에 다른 음악이 필요치 않다. 오늘도 감사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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